수학자의 아침 리뷰 김소연 시집
안녕하세요,
오늘은 베스트셀러 시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시집 리뷰입니다.
책 소개
영원이 오지 않을 것 같은, 혹은 갑자기 와버릴 것 같은 슬픔의 내일
『수학자의 아침』은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에서 빛을 밝히며 시적 미학을 탐구해온 시인 김소연의 네 번째 시집으로,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시인은 ‘깊은 밤이라는 말은 있는데 왜 아침이란 말은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정지해 있는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가 전부인 ‘아침의 시간’을 포착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 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시인의 선명한 감각에 스며든다.
이번 시집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거듭 한 줌 물결로 저 먼 바다를 연습하고 실천해보지만 그 일상의 무상함에 문득 소스라치는 슬픔, 기다리는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함, 혹은 갑자기 와버릴 것 같은 허무함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시인은 다시 한 번 물결 한 줌을 쥐어내며 영롱하게 그 무수한 슬픔을 받아들인다.
저자 소개
김소연
시를 쓰며 살고 있다. 확신에 찬 사람들 속에 나를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약한 마음과 소소한 노력이 언젠가는 해 질 녘 그림자처럼 커다래질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 대한 애정이 곧 나에 대한 애정임을 입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의외의 일들을 선호한다. 구경하는 것보다 뛰어드는 것을, 공부하는 것보다 경험해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고 나서 후회를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실내에 있는 것보다 야외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계절이 깊어가는 것을, 흘러가는 것들을, 조각나지 않고 길게 이어진 휴식을, 청소를 하고 향을 피운 후에 책상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와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등을 썼다. 팀 '유후'의 공동 시작(詩作) 공동시집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은 제목으로 시 쓰기”로 공동시집을 펴낸 후 두 번째 프로젝트 “빈칸 채워 시 쓰기”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을 함께 썼다.
목차
시인의 말
1부유서 없는 피부를 경멸합니다
그늘 / 오, 바틀비 / 주동자 / 수학자의 아침 / 그래서 / 장난감의 세계 / 평택 / 그런 것 /백반 / 사랑과 희망의 거리 / 오키나와, 튀니지, 프랑시스 잠
2부연두가 되는 고통
여행자 / 혼자서 / 반대말 / 격전지 / 연두가 되는 고통 / 원룸 / 식구들 / 새벽
3부소식이 필요하다
열대어는 차갑다 / 포개어진 의자 / 망원동 / 바깥에 사는 사람 / 우편함 / 거짓말 / 먼지가 보이는 아침 / 생일 / 풍선 사람 / 갱(坑) / 이별하는 사람처럼 / 내부의 안부 / 누군가 곁에서 자꾸 질문을 던진다 / 두 사람 / 비밀의 화원 / 갸우뚱에 대하여
4부강과 나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 강과 나
5부먼 곳이 되고 싶다
미래가 쏟아진다면 / 실패의 장소 / 이불의 불면증 / 광장이 보이는 방 / 다행한 일들 / 메타포의 질량 / 막차의 시간 / 있고 되고 / 스무 번의 스무 살 / 정말 정말 좋았다 / 걸리버 / 현관문
발문 | 씩씩하게 슬프게 . 황현산
출판사 서평
떠오르는 햇살 아래서 벼리는 시적 반역의 의지
시인은 “이미 이해한 세계는 떠나야 한다”(「식구들」)고 단호하게 쓰고 있다. 더 이상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로 새로운 이해의 깊이를 가장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밤을 떠나 새벽에 이르렀다. 새벽은 “해가 느릿느릿 뜨고” “침엽들이 냉기를 버리고 더 뾰족해”(「새벽」)지는 시간이다. 시인은 더 이상 이해해야 할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허무의 끔찍함 앞에서 ‘최대한’ 뾰족해짐으로써 대응하고자 한다. 비록 그 뾰족함이 겨눌 수 있는 것이 고작 “동그란 비눗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시인은 비눗방울이 터지는 순간 울려 퍼지는 ‘작은 비명’들이 모이고 모여 이 암울한 도시를 부식시켜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믿고 있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고 갑자기 와버릴 것 같은 내일
시인이 꿈꾸는 반역은 불온하나 희망적이다. 대상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시 행간에 깊이 스며 있기에 그렇게 믿어도 좋을 듯하다. 수록된 시들 중 「걸리버」는 바로 그 뚜렷한 증거이겠다. 시인은 “도무지 묶이지 않는 너무 먼 차이”를 사랑할 줄 알고 “출구 없는 삶에/문을 그려 넣는 마음”과 “도처의 소리 소문 없는 죽음들”을 볼 줄 안다. 그럴 때마다 시인은 “세계지도를 맨 처음 들여다보는/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무결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부친 편지가 돌아와/내 손에서 다시 읽히는” 반성과 경계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인의 마음이 바라보는 내일은 항상 아득한 거리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이 슬픔의 이유가 단지 시구의 갈피에 삶의 고독한 정경이 곤두서 있다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어떤 진실들이 망각의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거나 일상의 곡절 속에서 낭비된 마음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서는 아니다. 김소연은 거듭 한 줌 물결로 저 먼바다를 연습하고 실천해보지만 그 일의 무상함에 문득문득 소스라친다. 기다리는 순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와버릴 것 같아서 슬프다. 하지만 다시 아침이고 시인은 또 물결을 한 줌 쥔다. 그 안에서 슬픔은 영롱하게 빛난다.
드물고 귀한 형태의 작가론
이번 시집에서는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글 「씩씩하게 슬프게」도 한 가닥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비평의 목소리가 아니라 대선배 평론가가 후배 시인에게 보내는, 애정을 담뿍 담은 편지이기에 ‘해설’이 아닌 ‘발문’이라 이름 붙여 책 말미에 달았다. 그는 김소연의 첫 시집 『극에 달하다』를 다시 읽으며 “감정의 재벌이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반추하고 그 감정의 여린 결로 약소하면서도 절실히 증명해내는 세계의 가능성 앞에 고개를 끄덕인다. 황현산에게 김소연은 “세상 가장 깊은 곳까지 찾아들어 가장 깊은 생각을 캐낼 줄” 아는 시인이다. 후배 시인이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슬픔을 선배 평론가가 깊이 공감하고 그 속에서 ‘씩씩함’을 읽어내는 이 글로 인해 한국문학은 드물고 귀한 형태의 작가론을 하나 갖게 되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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